PRAK's Blog: Versioning Up the W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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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TV에서 영화 '타임머신'을 하길래 무심결에 다시 보았더랬습니다.
60년대 만들어진 버전 말고 원작자인 H.G. 웰스의 증손자 사이먼 웰스가 연출을 맡고 메멘토의 가이 피어스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바로 그 영화입니다.



주인공은 눈앞에서 벌어진 애인의 죽음을 되돌리기 위해 고생끝에 타임머신을 만들어 과거로 가지만, 결국 또 다른 사고로 애인의 죽음을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과거를 바꿀 수 없는 이유를 알기 위해 미래로 여행을 떠납니다. 아주 먼 미래에는 지하에서 기계문명을 이룩한 멀록과 그들의 식량으로 사육되는 엘로이가 살고 있습니다.(다들 아시죠?)

멀록의 대장인 제레미 아이언스가 말해 준 답은 "애인이 죽지 않았다면 네가 타임머신을 만들지도 않았을테니, 결국 네가 과거로 돌아가도 애인을 되살릴 수 없다" 입니다. 애인의 죽음이 원인이고 그 결과가 타임머신이니 원인이 없으면 결과가 없다는 causality가 모순에 빠지기 때문이란 이야기겠죠. (매트릭스에서 매로빈지언이 말한 세상에서 유일한 법칙이라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아무리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더라도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거겠죠.
그럼 터미네이터의 스토리라인은 완전히 무너집니다.^^ 그 온갖 생사를 넘나드는 생쑈가 다 부질 없는 짓이죠.^^ 백투더퓨처의 마이클 제이 폭스가 부리는 생난리 고생도 다 마찬가지 입니다.

더 생각해 보면, 그 논리대로라면 미래로 가더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타임머신을 타고 가까운 미래로 가서 더 먼 미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1주일 뒤로 가서 로또 당첨 번호를 알아낸 후 오늘 내가 그 번호의 로또를 산다면 그 로또가 당첨이 될까요? 안될까요?

당첨이 된다면 내가 안샀어도 당첨되었을 사람의 몫을 줄이게 되기 때문에 당첨이 안되어야 맞겠지요?
그러면 결국 모든 결과는 고정되어 있는 걸까요? 그럼 결국 운명이란게 있는 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타임머신은 관광용이 아니라면 전혀 소용없는 기계가 아닐까요?ㅎㅎ
기타  |  2007/01/28 05:03

언제나 해야 할 일의 양보다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적다.

왜 그럴까?

기타  |  2006/11/20 12:04
온라인에서 우리 모두는 "개인"이다.
오프라인의 가족도, 친구도 모두 곁에 없는 그저 하나의 "개인"으로만 존재한다.
그리고 어떤 사이트에서건 "아이디"와 내가 남긴 "글" 외에 나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없다. (물론 싸이에는 사진이 있을 수 있다.)

나의 커리어나 성격, 배경, 인간관계에 대해 사전정보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나의 "글"을 본다.
나의 "글" 만이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며, 그것이 온라인에서의 나의 형상이다.
또한 내가 온라인에 존재했었던 사실에 대한 기록이며, 내 모든 행적의 그림자다.

그리고 그것은 검색엔진의 포로가 되어 아마 앞으로도 인류문명이 지속되는 한 거대한 아카이브 어딘가에 영원히 보존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다시 읽어보아도 불과 몇 개월 전의 글이 부끄러운데,
앞으로 10년, 20년 후 내 아이들이 나의 흔적을 구글링한다면,
나는 내 학창시절 일기장을 들킨 듯 부끄러워지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이것이 내가 온라인에서의 아이덴티티를 오프라인과 분리하려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온라인에서의 정체성은 내가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공개 범위도 정할 수 있다. 현실과 온라인은 어느 정도 별개의 공간으로 존재하니까.

어쨌든 겸손하자. 그리고 자중하자.


사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밝히려 해도 그것이 한두 문장으로 끝날 일이 아닐터인데,
밝힌다 한들 그걸 시간을 들여 찬찬히 들여다보고 내가 누군지 파악해 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 그게 문자언어로 제대로 전달이나 될 수 있을까?

물론 온라인에서 맺는 인간관계를 나는 매우 소중하고 감사히 여긴다.
그러나, 그 관계는 또 다른 아이덴티티를 기반으로 하고 싶다.

김국현님의 생각대로 인터넷으로 말미암아 세상이 현실계, 이상계, 환상계로 나뉘어져 있다면, 각각의 세계에서 다른 아이덴티티를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물리적으론 동일한 한 사람이 각각의 세계에서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가지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인간에게는 누구나 있는 지킬과 하이드 같은 이중성이 각각 다른 가중치를 가지고 표출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현실에서의 나는 지금의 나.
환상계에서의 나는 온라인 게임 캐릭터일 것이고,
이상계에서는 이 블로그가 내가 될 것이다.

또는, 특정 사이트에선 그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아이디가 되겠지. 그렇다면 각 사이트 마다 다른 정체성을 형성해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러다간 사람들이 모두 다 스킷쪼가 되어가지 않을까?

이상계에서의 정체성을 한군데 모아두고 선택적으로 보여줄 사람에게만 보여줄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어떨까?

싸이월드는 현실계의 정체성과 인간관계를 이상계로 끌어 올려, 이상계와 현실계가 중첩된 교집합에 위치한다고 김국현님이 그렸다.
블로그에서 내가 만드는 정체성은 이상계에서만 존재하게 하면 어떨까? 전혀 현실로 데려오지 않고.

그렇게 생각하면 사실 나는 익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에선, 즉 이상계에선 현실과 다른 또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이게 때로 매우 편리할 때가 있다.
기타  |  2006/11/07 2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