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애독하는
언더독 님의 블로그에서
"FTA, 양극화 그리고 지식 근로자"라는 포스트를 보고, 얼마 전 끄적거리다만 글을 끄집어 내어 다시 다듬어 봅니다. 언더독님과는 관심사의 공통점을 공유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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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중소 자영업자들이 점점 몰락해 간다는 논지의 연재 기사가 매경에 실렸습니다. 물론 현정권과 언론의 갈등에 기인한 과장도 어느정도 보입니다만, 전반적으로 중소 상인/자영업자의 경영상황이 매우 악화되어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국민이 체감하고 있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 크게 보아 이것은 "양극화"라는 필연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식자층의 일각에선 (자신의 위치/이득에 따라) 양극화의 원인을 정책의 실패나 재벌의 경영행태에서 찾으려 합니다. 또는 경기하락에 따른 중단기적 현상일 뿐으로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 한편에선 이것이 세계화 그리고 지식경제로의 이행에 따른 결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제 생각엔 후자가 더 맞는 생각 같습니다. 그리고, 양극화로 이끄는 Driving force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되었으나 요즘은 언급되는 일이 뜸한) 정보화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전자상거래에 의한 유통구조 변화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이젠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되어 그런지 전자상거래의 규모증가가 오프라인 유통에 미치는 영향은 요사이 거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너무도 자연스런 생활의 일부입니다만, 닷컴버블이 한창이던 1999년에만 해도 인터넷으로 의류/패션용품을 산다는 것은 "feel and touch"가 없어서 어려울 거라 예측했습니다. 셀레브리티 주주구성과 막대한 투자금액으로 유명했던 Boo.com도 와장창 무너졌습니다. 각종 컨설팅 회사와 IDC, 가트너그룹 같은 연구조사기관이 발표한 2000-2005년 전자상거래 규모에 대한 장미빛 전망치는 매우 요원해 보였었습니다. 더구나 닷컴버블이 붕괴된 후엔 더욱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전자상거래는 이미 그 기대치를 훌쩍 넘었습니다. 2005년에만 한국의 전자상거래 규모는 358조원 그 중 B2C는 10조4천억원을 넘어섭니다.
이게 중소 자영업자에게 무얼 의미할까요.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소형 단순 유통 시장 규모의 절대적 축소입니다. 동네마다 있던 컴퓨터 가게, 양장점, 음반가게 등등 소비재를 중심으로한 단순 유통은 이미 인터넷에 자리를 내준지 오래입니다. 거기에 더해 대형유통업체가 생활의 중심이 되어 버렸습니다. 한동안 동네마다 우후죽순 생기던 반찬가게는 이마트에 손님을 다 뺏겨 거의 흔적도 없습니다. 동네 수퍼도 문방구도 커피숍도 빵집도 서점도 다 마찬가지 입니다. 심지어 용산 전자상가도 같은 상황입니다. Nut cracker situation이라고 할까요.. 한술 더 떠 시장 지배자들 사이에는 카테고리를 넘어선 경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맥플러리를 팔기 시작하면 베스킨 로빈스의 매출이 떨어지는 식으로...정말 장사하시는 분들 뭘해서 먹고살지 막막해 졌습니다. 더불어 이젠 공급과잉의 시대에 접어들어 대부분의 업종이 과포화상태입니다. 치킨집이나 차리려고 해도 없는데가 없습니다.
소규모 유통 자영업자가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도저히 다른 걸 할 수 있는 의지도 능력도 없어서 줄어든 수익을 감내하며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더라도 임대료 마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어 갑니다. 자영업의 상당부분을 차지했을 중소 유통분야가 무너지니 건물주는 대체 임차인을 찾기 어려워져 어쩔 수 없이 임대료를 내려서라도 붙잡아 두려 합니다.
용산 터미널 상가도 올해부터 임대료를 30% 정도 인하했다고 합니다. 스타타워 아케이드도 80%가 공실이라고 하는 군요. 결국 이것은 중소형 상권의 상업용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겁니다. 지금 외진 상권의 소형 상가에 투자해 두었다면 발을 빼는게 맞을 겁니다. 대형 상권/ 복합문화 공간이 아닌 곳은 점점 죽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도 양극화겠지요. 복합 문화 공간/ 대형상권인 압구정동, 코엑스몰, 명동, 신촌등 대형 상권은 앞으로도 사람들이 모여 북적거리겠으나, 거기에도 중소 자영업자에게는 유통보다 서비스업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음식점, 미장원, 네일샵 등등. 그러나 차별화하지 못하면 역시나...
한편 인터넷에선 여전히 유통의 성공사례가 들립니다. 4억소녀니 뭐니 하며. 소리소문없이 돈 잘 벌고 있는 사이트의 소문도 심심찮게 접합니다. 니치마켓을 잘 잡은 위즈위드, 오렌지플러스, 펀샵, 텐바이텐, 반품닷컴, 유기농산물...등등. 이 곳에는 아직 중소 자영업자에게 기회가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어차피 옥션이나 오픈마켓에서 생산자가 아닌 사람이 가격우위나 차별화를 이루기는 힘들겁니다. 그럴바에야 기발한 비즈니스 모델로 자신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독립적인 브랜드를 만드는게 나아 보입니다. 언급한 사이트들 처럼.
만약 생산자라면, 예를 들어 농사짓는 분이라면, 논이나 비닐하우스에 웹캡 달아놓고 '나는 절대 농약을 안쓰니 직접 보시오' 라고 하며, 논바닥에 오리 돌아다니는 것이나 직접 손으로 잡초 제거하는 것을 보여주며 인터넷 쇼핑몰에 입점하거나 운영할 수 있을 겁니다. 이미 유기농으로 40억 매출 올리는 사람도, 오징어, 된장만으로 많은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의 사례도 있습니다. WebVan류도 미국에서 다시 문을 열고 있답니다. 어쩌면 전자상거래는 이미 다 들어찬 시장이 아니라, 이제 본격적으로 무언가 해 볼만한 시장일지도 모릅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새로운', '폼나는' 무언가를 찾아 몰두해 있을 때, 두부 콩나물 시장을 석권해 버리는 식으로 말입니다. 풀무원 남승우사장님이 서울법대 졸업이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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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를 다시 생각해 봅시다. 양극화는 중산층의 몰락으로 부의 스펙트럼 양쪽 끝단만 존재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려면 중산층을 이루던 사람들이 아래로 떨어지거나 아니면 위로 올라가거나 할텐데, 당연히 아래로 떨어지는 쪽이 훨씬 많아서 큰 문제입니다. 기존의 중산층을 1) 대기업 근로자와 2) 중소 자영업자로 나누어 볼 때, 대기업 근로자의 경우는 근무하는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사업구조 변화로 일자리를 잃고 있으며 이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RFID 태그가 본격 정착되면 할인점 계산대의 캐셔는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전산실이나 콜센터를 아웃소싱하기로 결정하면 졸지에 담당직원은 비정규직이 되거나 일자리를 잃습니다. 살아남고 싶으면 당연히 기계가 대신 할 수 없는 일을 찾아 자신을 계발해야 합니다. 아마 이것이 지식근로자에 관한 논의의 implication일 겁니다.
그러나 지식근로자에게도 비애는 있습니다. 이메일, 메신저, 휴대전화 등등 각종 업무생산성 향상 도구,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은 지식근로자에게 산업혁명초기의 공장근로자만큼의 노동강도와 노동시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머, 경영 컨설턴트, 변호사들이 대표적으로 일과 회사의 굴레에 꽁꽁 묶여 혹사당하는 직종일 겁니다. 즐기지 않으면 정말 못할 일이죠. 업무를 더 편하게, 더 생산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하여 인간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줄거라던 도구들이 더 많은 업무의 절대량을 가져오는 아이러니...
자영업자는 전통적인 구분에 따라 제조, 유통, 서비스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중소 제조업은 이미 거의 무너졌습니다. 원가경쟁력면에선 중국을 따라갈 수 없고, 남이 절대 흉내낼 수 없는 기술이라는 것도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뭄에 콩나듯 들려오는 대박사례는 사람들의 '필요'에 맞는 제품보다, '욕구'에 맞는 제품의 성공사례입니다. S보드같은. 그 쪽도 길이 될 수 있겠으나, 이것은 대기업 하청이 되는 것보다 더욱 확률이 낮은 하늘의 별따기이고 매우 단기적입니다. 힐리스의 수입판매로 빅히트를 기록했던 컬쳐쇼크라는 젊은 회사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무얼하고 있는지... low risk low return이어야 하는 중소 자영업에 맞지 않습니다.
유통업은 거의 대형 유통업체와 인터넷의 손에 넘어갔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총각네 야채가게' 같은 창조적인 사례들이 있긴 합니다.) 대부분의 소비재는 이제 이마트나 인터넷으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오프라인 매장은 그저 전시장, flag shop 정도. 그러나 전술했듯 인터넷에는 리스크가 낮은 더 매력적인 기회가 있는 듯 보입니다.
서비스업은 그나마 어느정도 중소 자영업자에게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처분 소득으로 더 낮은 가격에 이전과 동일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인터넷 쇼핑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남은 돈은 서비스쪽으로 지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저축으로 갈 수도, 아니면 요즘 추세라면 도박인가?) 서비스업은 역사상 처음 맞는 이 공급과잉의 시대에 결국 어떻게 차별화를 이룰 것인가 가장 중요한 점일 겁니다. 오프라인에서는 결국 온라인에서 살 수 없는 것, 경험을 파는 가게들이 주종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뭐라구요? "Tell me something I don't know!"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