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K's Blog: Versioning Up the Web!
비즈니스란 - 해당되는 글 1건
 
<< "마가린 60시간 경과" 앞부분 보기

이제 마가린을 공개한지 72시간이 넘었습니다.도 더 넘었군요.

오늘 아침까지 쓰던 글을 너무 피곤해서 다 다듬지 못하고 반만 공개했었는데, 조금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읽어보니 역시 반만 공개한게 잘한 일이네요.^^ 세가지만 더 딜리셔스와 마가린에 대해 말씀드리고 Husky님께서 물어주셨던 "실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그게 도리겠지요.


앞선 글에서 "한국형"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만, 그와 같은 맥락에서 마가린과 딜리셔스의 차이점을 생각해 보면;

딜리셔스가 '북마크(Bookmark)'와 '즐겨찾기(Favorites)'를 동일한 개념으로 본다면, 마가린은 둘을 다른 것으로 파악합니다. '즐겨찾기'는 일단 한국에서 IE의 'Favorites'가 '즐겨찾기'로 번역이 된 바람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즐겨 "자주" 찾는 사이트의 주소를 저장하는 개념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에 대한 바로가기(shortcut)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재밌는 건 그래서 딜리셔스에 네이버를 검색해 보면 (지금 보니) 444명이나 저장한 것으로 나옵니다. 이건 북마크 리스트보다 사이트 디렉토리에 더 적합한 데이터입니다. 물론 기술적으로 이게 틀린 건 아닙니다. 왜냐하면 즐겨찾기가 바로 1kb짜리 '바로가기'의 폴더구조로 구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파이어폭스는 좀 다릅니다. 2.0 부터는 태그도 지원이 되는 진짜 '북마크'의 개념으로 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웹페이지에 대한 북마크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것이 일단 북마크의 수가 많아지기 시작하면 그다지 효율적이진 않습니다. 또 다른 PC에서 이용할 수도 없고 '소셜'도 없죠.

웹은 페이지 메타포이므로 각 '웹페이지'는 '책의 페이지'에 '웹사이트 전체'는 '책'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북마크는 책의 페이지에 끼우는 것이지 책에 끼우는 건 아니지요. 그런 면에서 사이트에 대한 기록인 '즐겨찾기'와 페이지에 대한 기록인 '북마크'가 개념이 다른 것이 논리적으로 맞습니다. 여러사람의 '즐겨찾기'를 모은 것은 오픈디렉토리처럼 됩니다. 반면 '북마크'를 모은 것은 구글의 검색 결과 페이지처럼 되는거지요.

또한 사용성 면에서도 둘은 다릅니다. '즐겨찾기'는 탐색(Navigation)을 통해서 찾는 것이 더 편합니다. 그 디렉토리 구조를 자기가 만들었기 때문에. 다시 말해, 내가 자주 방문하는 사이트의 주소를 찾으려고 PC방에서 마가린에 접속하고 검색하여 북마크를 찾고 클릭하는 것보다, 브라우저에서 쓰는 것 처럼 클릭 클릭으로 찾아들어 가는게 더 직관적이고 편리할 겁니다. 반면 '북마크'는 일단 그 수가 너무 많아서 그렇게 쓰는게 더 불편합니다. 태깅을 이용하는 게 적절하지요.

마가린은 그렇게 다른 개념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선은 딜리셔스와 같이 만들었습니다. 그랬더니 벌써 몇분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웹브라우저의 즐겨찾기와 같이 이용하기에는 마가린이나 딜리셔스나 불편하다고요. 사실 개발기간에 이미 브라우즈 할 수 있는 디렉토리 구조를 구현해서 '내 즐겨찾기' 라고 메뉴를 만들었다가 공개 때는 뺐습니다. 이유는 다 아시는 바고.^^ 조금 더 손봐서 더 유려하게 만들어 두고, 우선 북마크에 대한 개념과 폭소노미에 대한 개념에 사용자들이 익숙해진 후 공개하려고 합니다. 웹브라우저의 즐겨찾기와 같은 형식이니 아마 공개되면 또 다른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정말 많은 분들께서 딜리셔스에서 이사오셨습니다만, 아직 폭소노미의 가치가 완전히 구현되진 않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용자가 있어야 하기도 하겠고, 기존에 쓰시는 분에게도 사용하는 방법이 더 많이 알려져야 하겠습니다.

마가린은 딜리셔스에 있는 active user 메뉴를 넣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메뉴가 목적하는 것이 마가린이 지향해야 할 바와 조금 거리가 있단 생각에서 였습니다. 이미 사람들에게 자신의 아이디가 랭킹이 먹여지는 걸로 동기유발을 하는 사이트는 많이 있고, 너무나 익숙한 메커니즘입니다. 하지만, 집단지성은 강요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우선은 그 기능을 제외하였습니다. 당연히 나중에 원하시는 분이 생기면 언제나 넣을 수 있습니다.

딜리셔스에는 게시판이 없습니다. 사용자가 의사소통할 수 있는 채널은 이메일과 블로그 뿐입니다. 그래서 사용자는 누가 어떤 기능에 대해 제안했는지 얼마나 기다려야 이게 구현될 것인지 총체적으로 알기 어렵습니다. 마가린은 다양한 채널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저희의 실수인 듯도 합니다. 일단 턱없이 적은 인력으로 운영하니 채널이 많은 것이 트랙하는데 부담이 되네요. 조금 통합할 필요를 느낍니다. 그래도 딜리셔스처럼 블랙박스로 운영하진 않을 겁니다. 딜리셔스는 자신들이 정의한 태그들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직관적인 popular tags, recommended tags, related tags 같은 들으면 "아~" 하고 알 수 있는 이름을 붙이고는 내부적인 로직을 계속 바꾸어 나가는 듯 합니다. 태그가 가진 이름의 의미가 구현되도록.(뭐 구글도 그렇지요. 그게 대센가?) 마가린은 이런 부분을 가능한 공개적으로 운영하려 합니다. 그래야 집단지성의 힘으로 딜리셔스보다 나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자 각설하고, 이제 제가 말한 "실험"이란 무엇에 대한 것인지, 또 어떤 것인지에 대해 좀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앞의 글과 문투가 틀려지니 지금 거의 다 새로 쓰고 있습니다 그려..ㅎㅎ)

사실 저는 지난 4월, '미니채널'이나 '블링크'보다 '북마커닷넷'이 4일 먼저 나왔으니 "최초의" 라는 수식어는 북마커의 몫이라는 이슈를 제기하기도 했었고, 북마커닷넷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블로그에 포스트를 하기도 했고, 북마커닷넷의 블로그에 제 포스트의 링크를 덧글로 남겨드리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제 기대완 다르게 북마커닷넷 뿐 아니라 다른 포털의 소셜 북마킹 서비스도 그닥 크게 호응을 얻지도 못했고, 사용자들이 소셜 북마킹을 소셜 북마킹 답게 사용하지도 않고 있는 것을 계속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즐겨찾기'기 위주의 '북마크' 뿐 아니라, 결정적인 사례로 지금도 북마커닷넷의 메인페이지를 보시면 비공개 북마크의 비율이 78%입니다. 이래서는 '소셜' 북마킹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아직 한 번도 제작자 분을 직접 뵌 적은 없지만(한 번 뵙고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애써 개발하고 세상에 내 놓으셨을텐데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브랜딩마저 북마크알넷이란 말까지 나오니 말입니다.

이런 상황이 차라리 제가 한번 소셜 북마킹을 만들어 보는 어떨까 하고 애당초 생각하게 된 계기입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어제 만난 뵌 뉴스2.0에 계신 분에게서 들은 바에 따르면) 일본에만 디그, 딜리셔스류의 '소셜'서비스가 50종이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왜 우리는 그런 '소셜'류의 서비스가 잘 안되고 있을까? 왜 그것이 제공하는 가치를 가질 수 없을까? 대단히 궁금했습니다. 그야 말로 무늬만 웹2.0 인, a77ila님 말씀대로 3번에서 2번으로 갈까 말까 망설이는 대형포털이 내놓는 어정쩡한 서비스 말고, 또 그 근저에 깔린 철학이나 배경을 깊이 이해하고 구현하여 전파하는데 성공치 못한 신규 서비스 말고(물론 제가 다 이해하고 있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구분을 하자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용서하세요), 진짜 웹2.0 식의 서비스를 제대로 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습니다.

이런 것이 이미 유사한 서비스가 있는, 경쟁이 심하다고 다들 알고 있는 '소셜 북마킹'을 제가 또 만들기로 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사실 제 눈에는 여전히 한국의 소셜 북마킹 시장은 제대로 열리지도, early majority를 tap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국에서 집단지성은, 태깅같은 구조적인 툴의 도움을 받지는 못했더라도, 이미 여기저기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거기에 소셜 북마킹이 또 다른 날개를 달아줄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한 동안 어떻게 만들어야 "한국형"의 소셜 북마킹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문득 소셜 북마킹이 집단지성이 있다고 믿고 그것을 구현하자는 서비스인데, '집단지성'의 본래 의미대로라면 제가 아무리 고민해서 옳다 생각한대로 만들었다 한들, 그것이 (정의상) '집단'이 결정하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낳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소셜북마킹이란 것이 아무리 메뉴를 이리저리 옮겨 놓건, 화면을 파랗게 하건 빨갛게 하건 무지개 색으로 하건, 또는 어떤 쥐뿔난 다른 방식으로 구현한다 하더라도 다 그 기본적인 구조와 기능이 서로 별반 차이가 없을 수 밖에 없습니다. 다 거기서 거기지요.^^ 따라서, 누가 어떻게 만들더라도 결국 딜리셔스 카피란 말을 피할 수 없을 거란 걸 알았습니다. (사실 딜리셔스도 오리지널이 아닌데 말이죠.^^) 다음 즐겨찾기를 살펴 보십시오. 딜리셔스와 다르다고 할 만한 건 메인 화면에 플래시로 제작된 태그 구름이 있고(딜리셔스도 태그구름이 있습니다. 당연히), 북마크 창에서 오히려 태그입력에 제한이 있는 것을 제외하곤 기본적인 구조와 메뉴가 딜리셔스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을 겁니다.

여담입니다만, 사실 마가린의 공개는 3번이나 미루어진 끝에 지난 주에야 비로소 이루어진 것입니다. 저희가 3번째 연기 결정을 내렸던 지지난주 금요일, 마음은 급했어도 누가 만들어도 대한민국에서 우리보다 딜리셔스를 더 많이 뜯어보고,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따라서 조금 여유를 가져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보같은 생각이었겠지요. 여튼 그 일요일 뉴스2.0이 소개 되었고, 바로 그 다음 화요일 (이미 한동안 사용이 가능한 걸로 알고 있었던) 다음 즐겨찾기가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사실 타이밍이 좀 묘했죠. 신규 서비스도 아니었는데 말이죠.(아 신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시는 분 알려주세요.^^) 그리고, 그 일요일 마가린이 공개가 되었었습니다. 그 일주일을 늦춘게 운명적인 결정이었는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한민족의 딜리셔스"를 넣으면서도 고민 많이 했습니다. 처음엔 mar.gar.in 만 넣었습니다. 브랜드를 사용자의 뇌리에 각인하는게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유머스럽게 가기로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영국식의 썰렁 유머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한국의 소셜북마킹" "한국인의 소셜 북마킹" "한민족의 소셜북마킹" 등 여러가지를 놓고 저울질 하다 아예 웃으시라는 의미로 "한민족의 딜리셔스"이라고 넣어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민족주의를 이용한단 말까지 듣게 되네요.^^ 뭐 그럴 수 있습니다. 저를 face to face로 알지 못하시는 분은 제 썰렁한 유머 감각을 모를 실 수 있죠. 그리고 그런 점과 문자언어의 한계를 알면서도 조심하지 않은 제 잘못이겠죠. 여튼, 유머였으니 유머로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ㅎ


어쨌든 조사해 본 소셜 북마킹 서비스 중 딜리셔스가 가장 사용자가 많고, 유용한 서비스라면, 그리고 아무리 내부적으로 우리가 더 나은, 한국의 상황과 사용자 행태에 맞는 로직과 기능을 구현했더라도 그것이 껍데기만 바꾼 딜리셔스라는 굴레를 벗을 수 없고 그런 인식에 갖히게 된다면, 그럴바엔 차라리 딜리셔스와 똑같이 만들고 그곳을 출발점으로 삼자.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형 소셜 북마킹의 기능과 모습을 사람들의 집단지성으로 검증해 보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몇번을 뒤집어 엎어야 했습니다.^^

네이트와 네이버는 대형 포털들의 체면상 차마 딜리셔스와 똑같이는 못 만들고 어떻게건 변형된 그리고 제한된 서비스를 내놓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미 펌을 조장한 원죄의 결과로 그 사용자들이 북마킹에 대한 필요를 별로 못 느낍니다. 하지만, 한국의 웹도 앞으로 상황이 점점 달라질 거라 생각합니다. 포털의 서버 밖에 더 많은 좋은 컨텐트가 생길거라 기대합니다. 불펌으로 도용되어 포털 내부에 쌓인 컨텐트들로 언제까지고 장사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물론 포털이 만들어내는 좋은 컨텐트도 많이 있습니다. 제글을 보아오신 분들은 잘 아시겠습니다만. 제가 그렇게 극단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만약 어떤 종류의 '웹정화운동'이라도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만약, 일전에 협회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듯, 소규모 컨텐트 사이트나 블로거들이 힘을 모아 (요새 공급과잉으로 사건 맡기 힘든 변호사들도 많은데) 법률회사와 손잡고, 포털을 크롤해서 불펌자료들을 대조해서 찾아내고, 원작자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고 위임을 받아 대신 처리해 준다면.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소송을 통해 포털사의 내부 저작권 도용확인 프로세스를 바꾸게 하고, 워터마크나 날짜 만으로 확인 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마치 음반사가 P2P 사용자에게 했듯, 풀뿌리 컨텐트 저작자들이 조직적으로 이런 활동을 하기 시작한다면, 집단소송이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포털의 서버가 텅텅 비어가는 소리가 들리게 될지도 모릅니다.(이건 과장이 심합니다. 이해해 주세요.^^) 그러니 지금이라도 빨리 돈을 주고라도 컨텐트를 자기 서버에 종속시켜야 겠죠. 요즘 그런 노력들이 여기 저기서 많이 보이죠? 그런데 그게 또 불펌으로 이어지는 악순화을 만들고 있죠? 마치 애드센스를 악용하려는 스플로그처럼?

여튼 사실 북마킹 서비스에선 다음이 가장 현명했다 생각합니다. 적어도 외관이나 메뉴 구성이 딜리셔스와 매우 유사하니까요. 하지만 목표시장도 현재 가지고 있는 사용자의 베이스도 딜리셔스완 많이 다르지요. 딜리셔스가 3년도 넘게 그렇게 불편한 UI를 유지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소셜 북마킹은 어쩌면 모든 사람을 위한 서비스가 되면 안될 지 모릅니다. 아..말이 너무 옆으로 많이 샜습니다. 이런 글쓰고 필화를 당하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지만 그냥 공개 하렵니다.^^ (이 횡설수설 부분 오늘 아침에 졸린 눈으로 쓴 건데 그냥 공개하렵니다.^^)

다시 실험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ㅜㅜ

모든 실험이나 비즈니스가 다 어떤 가정이나 전제를 기반으로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이런이런 걸 만들면 사람들이 좋아할꺼야, 저런저런 걸 만들면 가치가 있을꺼야 라는 식으로. 저도 제 가정이 맞는지 알고 싶었고, 실패하더라도 누구에게도 어떤 피해도 끼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저에게도.^^ 그래서 그런 이유로 저는 "실험"이라고 부릅니다. (아직 unclear하죠?^^)

"실험"에 대해서 좀더 말씀드리자면, 아마 순수학문, 특히 자연과학에서 논문을 쓰기위해 실험을 하는 연구자는 원하는 실험결과를 얻으면 논문을 쓰고 끝날 겁니다. 하지만 응용과학, 즉 엔지니어링은 보통의 경우 실험의 목적이 세상에 가치를 전달하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고, 잘 아시다시피 그 실험이 성공하면 그것이 상품화되는 예가 많습니다.

화공학자가 실험실에서 이런 저런 약품을 섞어보며 신물질을 만드는 실험을 하는 이유도, 재료공학자가 이런 저런 합금의 성질을 연구하는 이유도, 기계공학자가 엔진의 효율을 높이는 실험을 몇 년씩 쳐박혀 하는 목적도, 그것으로 가치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세상에 선보이고 그것에 대한 보상, 그간의 자신의 땀과 눈물과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 경제적인 이득과 명예을 얻기 위함일 겁니다.

사실 위의 비유는 좋은 비유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결국 제가 실험을 통해 알아보고자 하는 바는 "내가 생각하는 접근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면 한국에서도 집단지성을 발현할 도구를 잘 사용할 수 있는 소셜 북마킹이 미국이나 일본처럼 의미있는 서비스 또는 비즈니스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란 명제가 참인지 거짓인지 입니다. Husky님의 구분대로면 결과가 내용에 포함되어 있다고 할까요?

물론 그럼 그게 비즈니스지 무슨 실험이냐? 라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딜리셔스를 그대로 벤치마크 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걸 포장으로 보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정식의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 제정신이면, 대놓고 남의 걸 베끼고 그걸 베꼈다고 하겠습니까?^^ 물론 추후엔 회사를 만들고 거기에 얹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물론 Husky님께서 오프라인의 제 아이덴티티를 모르시니 충분히 그러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하지만 만약 저를 아신다면 제가 어떤 어프로치를 썼기에 이게 실험인지에 동의하실 겁니다.^^ 만약 실험이 아니고 정말 심각한 비즈니스로서의 론치를 생각했다면, 제가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를 총동원했을 겁니다. 사회생활이 한 10여년을 넘고, 특히 저같은 커리어를 밟게 되면, 여기저기에 아는 분이 많이 생기게 됩니다. 누구나 그렇지요.^^ 언론사에 있는 친구도, 저널리스트 선후배, 친인척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전 마가린을 오픈하며 그런 네트워크를 레버리지 하기 위해 어느 누구에게도 사전에 알린 바가 없습니다. (태우님께 공개 이틀전에 오밤중에 채팅하다 비밀유지를 부탁드리며 살짝 보여드린 것 밖에). 제가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소중한 분들에게 조차도 미리 이메일로 알려드리지 않았습니다.(헉! 그러고 보니 마가린 베타 페이지에 공개하면 알려달라고 이메일 주신 분들께 이메일 드리는 것도 까먹었다는!ㅜㅜ 혹시 보신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마가린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한 일이라곤 단지 올블로그에 포스트를 하나 올린 것 뿐입니다. (두 개였나^^a)

또 한 가지 제가 "실험"이라고 지칭하는 이유는 이것이 정말 성공할 지, 한국에서 비즈니스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이즈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 아시다시피 통계적으로 14,400개 중의 단 한 개의 회사가 살아남아 주식시장에 올라 갑니다. 그 정도로 회사가 지속해 가기란 어렵습니다. (그래서 견습마법사님의 우려도 십분 이해 합니다.) 그러므로, 어떤 비즈니스를 시작하려면 적어도 '이건 정말 돈 돼!' 라는 확고한 자신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고도, 운7기3인게 비즈니스입니다.(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도 제가 IPO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 지 아시는 분 계실 겁니다. 그런 분들은 bias를 피할 수 있습니다.^^)

제가 왜 소셜 북마킹의 비즈니스로서의 유효성을 의문시하냐면, 그건 아직 완전히 이해 못하는 더 똑똑한 이들의 생각이 맞는건지 아닌 건지 확신할 수 없어서 입니다. 이 생각을 공유하는 몇몇 분^^은 다 아시는 이야기이고, 바캠프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구글은 페이지랭크로 집단지성을 구현하고도 정작 집단지성을 별로 믿지 않는 것 같습니다. 년초에 구글도 소셜 북마킹을 내 놓을 거란 전망이 난무했지만 결국 구글 노트북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태그 기능 없이. 왜 그랬을까요? 3년 전의 구글 만우절 농담이었던가요? 구글페이지 랭크는 수십만마리의 비둘기가 무작위로 키보드를 쪼아대는 걸로 만들어진다는? 집단지성에 대한 조소는 아니었을까요? 아니면 구글은 대놓고 집단지성이라고 이야기하면 오히려 그게 안만들어 진다고 생각하는 듯도 합니다. 구글의 스팸필터를 생각해 보면... 그럴듯 하죠?

또한 딜리셔스가 고집스럽게 3년이 넘도록 그 불편한 UI를 유지하는 것은 최적의 집단지성은 진짜 모두의 지성을 모은 형태의 집단지성이 아니라는 믿음 때문은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집단지성이 만약 80:20 법칙처럼 프랙탈적인 성격이 있는 거라면, 평균치를 떨어뜨리는 집단은 빼고 우수한 집단만으로 그 집단의 집단지성을 구현하는 것이 더 맞다고 생각해서, UI를 약간 어렵고 까다롭게 만들어 수집 정리 습관을 가진 상대적으로 우수한 사람들이 개인적인 이유로 북마킹 하는데에만 집중하게 유도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나쁜 의도를 가진 스패머나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를 제공할 사람들이 쉽게 못들어 오게 허들을 만들어 두고 아직도 매스 마켓으로 나오지 않으려는 것 같습니다. 야후에서 딜리셔스가 있음에도 최근에 또 북마크 서비스를 만들지 않았던가요?

저는 진짜 집단지성이라면 집단의 사이즈를 키울수록 더 맞는 결과를 낸다고 (통계적으로도) 생각하고 있고 그게 맞는지 알아보려 합니다만, 만약 딜리셔스의 브레인이 더 똑똑해서 그들의 가정이 맞다면, 즉 딜리셔스같은 서비스가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 내려면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맞다면, 그것이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포털의 북마킹이 실패하고 있는 이유이며 다음 즐겨찾기의 태그 구름이 연예인 이름으로 도배된 이유라면, 마가린은 제가 가진 엄지의 법칙(rule of thumb)으로 추정해 볼 때 미국의 1/100 사이즈의 사용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이어야 할 겁니다. 그러면 딜리셔스 사용자가 한 2백만명이니 마가린은 한 2만명쯤? 아니면 미국과 한국의 단순 인구비례로 생각해 본다면 3십만명쯤? 아마 그 사이 어디거나, 훨씬 작은 수일 수도 있다는 것이 제 gut feeling입니다. 사용자 숫자만으로 본다면 오히려 뉴스2.0 같이 완전한 미디어 모델로 가는게 훨씬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클 수 있습니다.

그 정도 사이즈의 고객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비즈니스에서 어떤 커다란 유의성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사실 제가 그런 부분은 좀 욕심이 많습니다.^^

또 실험이라고 하는 이유는. 지난 바캠프에서 카이스트의 한박사님께서 그러셨습니다. 태그 같은 분야는 특히 학계에서 연구되고 있는 것을 업계에서 바로 적용해 볼 수 있는 분야라고. 너무 재미있지 않겠습니까? 제가 생각하는 유의미한 실험들이 또 어떤 결과를 가져 올지 모릅니다. 예를 들어 Kunggom님께서도 말씀해주신 외래어에 대한 외국어 태그를 자동으로 연결시키는 기능같은 것. 그리고 이건 사용행태로 추정해 볼 때, 포털 사용자들은 아무리 많다고 하여도 포털에 쌓인 태그의 규모는 아마 마가린 사용자가 만드는 데이터 셋과 비슷한 크기일 겁니다.

여튼, Husky님께선 제가 썼던 '실험'이라는 말이 많이 거슬리셨던 모양입니다.^^ 솔직하지 못하다고 실망하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여태 제 글을 피드리더에 등록해 두고 보셨다면, 그래서 제가 어떤 생각과 윤리적 기준과 객관적 공정성을 가지려 노력하는지 보셨다면, 말한마디에 너무 서운해 하시기보다 제가 어떻게 해나가는 지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물론 어떤 의견이건 모두 소중하며 님의 시각과 걱정과 염려 너무나 감사히 들었습니다. 이게 진심이건 아실 겁니다.

결국, 딘 케이먼이나 에디슨 같은 창조적인 발명가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60년 전 집 뒷마당에서 먼나라에서 물건너 온 치약이란 걸 보고 이거다! 하고 만들기 시작했던 구씨형제도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종류건 실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생각이 맞는건지 아닌지 시도해보는.

또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말씀주시는 분도 계십니다. ^^ 사실 당당히 그걸 묻고 그에 대한 정확한 대답을 기대하는 것도, 거기에 대답할 의무가 없는 사람이 쭈뼛쭈뼛 우물쭈물 하는 것도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현상일 겁니다. 누가 돈버는 방법을 함부로 떠들고 다니겠습니까? 뭐 이건 일반론이긴 합니다. (그리고, 사실 이건 다른 포스트에 썼었는데 비공개 포스트 아카이브 어딘가에 있는 이야기입니다만,) 엔지니어에게 돈버는 방법까지 알아내라고 다그치는 건 참 가혹한 일입니다. 무언가 사람들에게 가치있는 걸 만들었더니 그걸로 돈까지 벌어오라고 시키는 격입니다. 그런 면에서 지난 번에 서성렬님이나, 하늘이님 프레젠테이션 보면서 좀 서글프고 안타까왔습니다. 사람마다 잘 하는 일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다른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비즈니스를 아는 사람들이 더 옳은 사고와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저는 엔지니어 백그라운드가 있지만 엔지니어는 아닙니다.^^)

마가린에도 결국 광고가 달릴 수 있습니다. 부정하지 않습니다. 야후의 인수 후 딜리셔스에 구글식의 광고가 달렸듯, 나중에 네트워크 비용과 서버 비용이라도 충당해 보려고 애드센스라도 달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에라도 너무 비난하진 말아 주십시오. 가치를 창출하려 노력한 땀과 눈물에 돌아가는 댓가려니 생각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나마도 집단지성이 허락치 않는다면, 북마크 다 가지고 딜리셔스나 다른 서비스로 가실 수 있도록 해드리고, 그간의 학습을 여기저기 다른 서비스에 전수해 드리는게 도리겠지요.

저는 반지성주의를 혐오하고, 영웅주의를 배격합니다. 저에게 실망하셨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어떤 이미지로 저를 바라봐주시고 계셨는지 제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저도 한 사람의 인간이며 그것도 아주 부족한 인간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겸손해져야 한다고 끝없이 느끼는.

한국적 특수성을 이해합니다. 아무도 비즈니스 맨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정작 신뢰를 주지 못하는 비즈니스 맨은 실패하기 마련인데 말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트에서 더 자세히 파헤쳐 보겠습니다. 왜 그런지. 어쨌든 제 생각에 비즈니스 맨은 그냥 바쁜 사람입니다. Business가 busy의 명사형이니까요, by definition.(앗 이것도 썰렁한 농담입니다. 너무 깊이 생각지 마세요.)

제가 돈만이 목적이었다면 다른 "비즈니스"를 했을 겁니다. 눈앞의 이익에만 혼을 빼앗겨 있고 싶진 않습니다. 더 긴호흡을 가져가려 합니다. 추후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본의 힘을 빌려야 할 수 있도 있다는 로직이 귀에 익은 논리라 해도 그게 맞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정말로 그걸 의미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 히든 어젠다가 있는 것은 아닐겁니다.

후우...말이 굉장히 길어졌습니다. 여튼 제가 논쟁을 즐기기는 합니다만, 논쟁을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개발기간에 들었던 생각과 있었던 에피소드를 털어놓는 것이 여러분의 이해를 더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켜봐 주시고, 마가린 많이 사용해봐 주세요.

개발하면서는 과연 여러분께서 좋아해 주실 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희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많은 분들께서 마가린에 가입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바람에 힘든 것도 모르고 또 밤을 새워 버렸습니다. 역시 서비스라는 것이 공개를 하기 전과 한 후가 참 많이 다르군요. 운영에 대해 나름 준비를 한다고 했어도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아 팀이 고생이 많습니다. 하지만, 허둥지둥 뛰어 다녀도 다들 웃는 얼굴로 돌아다니는 것이 참 보기 좋습니다.^^


(역시 너무 길군요?ㅎㅎ 도대체 몇분이나 읽어 주시려나...)

한국의 웹2.0 서비스  |  2006/11/29 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