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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효과 - 해당되는 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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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효과”는 닷컴버블이 한창이던 90년대에 많이 듣던 말입니다. 당시에 “수익모델은 중요하지 않다. 우선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킬 수 있도록 몸집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높은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기술과 마케팅의 표준을 만들면 결국 시장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는 논리에 차용되어, 수익성의 추구라는 기업 본연의 목적을 무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또한, 많은 회사가 네트워크 효과가 적용되지 않는 분야에 속하면서도 공공연히 그것을 추구한다고 말하며 수익성이 나쁜 것에 대한 변명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아는 쉬운 단어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탓에 “네트워크 효과”는 자의적으로 해석되어 여러 가지 의미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혹자는 그저 “입소문의 효과”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고(네트워크 마케터였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단순히 메트칼프의 법칙과 동일시해서 이야기 하기도 했었고, 누군가는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역설했던 기억이 있습니다(포털 관련자였습니다). 심지어 어디선가는 네트워크 효과를 복잡계 연구(Chaos theory)에서 말하는 “나비효과”와 혼동하여 쓰는 사람을 본 적도 있습니다. 인터넷 붐으로 세상이 한창 들떠 있던 때, 선점자의 우위(First mover’s advantage)니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니 스위칭 코스트(switching cost)니 하는 많은 말들이 그런 식으로 정확히 이해되지 않은 채 쓰였습니다. 역시 용어를 구성하는 단어가 평이할수록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찾아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지레짐작하게 되는 경향이 있나 봅니다.

하여간, 이젠 경제학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네트워크 효과가 다시 심심찮게 들려 옵니다. 대표적으로 팀 오라일리의 웹 2.0의 정의에서, 또 웹 2.0 서비스라 불리는 Flickr와 del.icio.us의 성공에 관한 기사들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없이 쓰여지고 있는 듯이 보이며, 이것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참에 제가 정리를 좀 해 보기로 했습니다.


네트워크 효과의 정의

네트워크 효과는 두 가지의 의미로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비슷한 듯 하지만 약간 의미의 차이가 있습니다.

네트워크 효과의 엄밀한 정의는 “The network effect is a characteristic that causes a good or service to have a value to a potential customer dependent on the number of customers already owning that good or using that service”. 즉 “네트워크 효과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의 기존 사용자의 수가 그 상품이나 서비스의 잠재 사용자에게 (그 상품이나 서비스를) 가치 있게 만드는 특성이다.”라는 것이 주된 의견입니다.

조금 풀어서 말하자면,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에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 라고 하는 것은, “그 상품이나 서비스의 기존 사용자의 수가 ‘많으냐 적으냐’가 ‘신규사용자를 더 끌어들이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라고 하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더 정확히 말해 네트워크 효과는 “양의(Positive) 네트워크 효과”와 “음의(Negative) 네트워크 효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존사용자가 많을수록 신규사용자를 유치하기 쉽다는 양의 네트워크 효과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네트워크 효과”라는 용어의 문맥상 의미일 때가 많지만, 엄밀하게는 고가품의 경우에서 볼 수 있는 “속물효과(Snob effect)” 같은 음의 네트워크 효과도 있기 때문에 구분하여 써야 합니다(속물효과는 사용자가 적을수록 그 상품이 더 매력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전술한 네트워크 효과의 정의와는 조금 다르게, “신규 사용자”라는 개념을 배제하고 네트워크 효과를 규정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 경우 “A product displays positive network effects when more usage of the product by any user increases the product’s value for other users, and sometimes all users”. 즉, “어떤 제품을 사용자가 더 많이 이용하는 것이 다른 사용자에게, 때론 모든 사용자에게 그 제품의 가치를 높이게 될 때 그 제품은 양의 네트워크 효과를 보인다” 라고 쓰기도 합니다. 이렇게 정의하면 사용자의 많고 적음의 수보다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정도에, 그리고 신규사용자를 유치하는 면보다는 네트워크의 가치 증가에 더 초점이 맞추어진 것입니다. 사실 이 경우는 메트칼프의 법칙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상의 두 가지가 일반적으로 네트워크 효과라는 말을 사용할 때 통용되는 의미입니다. 네트워크 효과에 대한 연구는 비교적 최근인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으므로 아직까지 연구자에 따라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만, 위의 두 가지 중 하나로 문맥에 따라 이해하면 됩니다.


메트칼프의 법칙(Metcalfe’s Law)

3Com의 창업자인 로버트 메트칼프(Robert Metcalfe)가 주창한 “메트칼프의 법칙”은 네트워크 효과를 가진 상품이나 서비스의 전체 가치(total value)는 사용자수의 제곱(n2)과 대략 비례한다는 법칙으로, 네트워크의 가치에 관한 것입니다. 이것은 팩스나 전화 같은 통신산업의 예에서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림 참조)


사실 자기 자신에게 전화할 수는 없으므로, 더 정확하게는 자기 자신을 뺀 n(n-1)/2에 네트워크의 가치가 비례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전화 통화는 아는 사람 사이에만 주로 이루어지지 모든 네트워크의 노드를 대상으로 균일하게 발생하지는 않으므로, 최근에는 네트워크의 가치는 지수적으로 증가하지 않고 로그함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수정안도 제시되었습니다.

물론 메트칼프 법칙을 논리적으로 확장해 보면, 기존사용자가 많은 네트워크일수록 신규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더 크므로 신규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쉽고, 또한 신규사용자는 자신을 네트워크에 참가시킴으로써 네트워크를 더 유용하게(useful) 만들어 그 네트워크의 성공을 강화하게 된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성공이 성공을 불러온다” 또는 “경쟁자보다 빨리 네트워크를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라고 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비즈니스의 성공공식과 같은 말입니다만, 엄밀히 말해 메트칼프 법칙은 네트워크의 가치에 대해서만 설명한 이론입니다.


임계질량(Critical mass)과 정체시점(Congestion point)

네트워크 효과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두 가지는 임계질량과 정체시점입니다.

임계질량은 원래 원자핵 공학에서 쓰이는 용어로 원자로의 연쇄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고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핵물질의 양을 의미합니다. 네트워크 효과에서의 임계질량이란 (네트워크의 가치가 신규사용자의 증가에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해져서) 네트워크 효과를 생성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도달하기까지 필요한 최소 사용자 수를 의미합니다. 더 엄밀하게는, 임계질량에 도달한 시점에서는 신규 사용자가 네트워크에서 가져가는 가치가 구매를 위해 지불한 가격보다 더 크거나 같게 됩니다. 또한, 이론상 임계질량 시점 전에는 얼리 어답터만 네트워크에 참가하므로, 임계질량이란 얼리 어답터 시장을 벗어나 본격적인 메이저 시장에 진출하여 지수적인 성장을 시작하기까지 필요한 최소 사용자 수를 의미합니다.

때로 단순히 회사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이익을 가져다 주는 사용자의 수라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에는 손익분기점이 더 적당한 개념입니다. 임계질량이란 네트워크 효과라는 문맥에서 사용되어야 제대로 쓰인 말입니다.

정체시점(congestion point)이란 기존의 네트워크의 자원(Resource)으로 제공할 수 있는 용량을 넘어서는 수의 사용자가 유치되거나, 기존사용자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네트워크의 성장이 둔화되는 시점입니다. 이 시점에서는 신규사용자의 증가가 오히려 네트워크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되고, 이때 자원을 증설하지 않으면 결국 신규사용자가 네트워크에서 가져가는 가치가 지불하는 가격과 같아져서 성장을 멈추는 지점까지 이르게 됩니다. 가입자의 수가 전화국의 용량을 넘어서게 되면 통화 품질이 나빠지거나, 상담원과 통화하기 어려워지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정체시점을 일찍 포착하여 소비자 만족을 해치지 않도록 네트워크 시스템의 용량을 증설하는 것은 성공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업무입니다. 자칫 자만하여 그 시점에서 나오는 경고의 시그널을 놓치면 경쟁 네트워크에 자리를 빼앗기거나, 대체재가 등장할 혁신의 여지를 내어 주게 됩니다.

모든 네트워크는 결국 포화되게 됩니다. 하지만, 정체시점이 전체 시장의 규모보다 크게 만들어진 탁월한 경우도 있습니다. P2P가 좋은 예로, 이는 사용자의 자원을 사용함으로써 정체시점 없이 이론적으로 무한히 커질 수 있는 네트워크를 디자인한 경우입니다.


마치면서

네트워크 효과는 경제학의 다른 개념인 네트워크 외부성(Network externalities)이나, 양의 외부성(Positive externalities), 포지티브 피드백 루프(Positive feedback loop), 수요측면의 규모의 경제(demand-side economies of scale) 등과 종종 혼용되어 쓰이기도 합니다. 또는, 범위의 경제(economies of scope)와 혼동되어 잘못 쓰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의미 또는 유사한 의미로 쓰이더라도 사실 각각의 용어들이 엄밀하게는 조금씩 그 의미가 다르므로 비즈니스 필드에서는 네트워크 효과라고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살펴보았듯이 네트워크 효과의 기본에는 메트칼프의 법칙에 따라 사용자의 숫자가 전체 네트워크의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개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가치라는 개념은 심리적인 것보다는 조금 더 직접적입니다. 어느 산업이나 많은 수의 기존사용자는 신규사용자를 유치하는데 유리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심리적인 효과에 기반을 둔 것일 때는 실제로 네트워크 효과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비누의 사용자가 많아서 그 비누를 나도 쓰겠다는 것은 군중심리라고 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비즈니스가 있고, 그렇지 않는 비즈니스가 있는 것입니다. 이 부분을 잘 구분해야 또 한번의 버블이 오고 누군가가 네트워크 효과를 모든 것을 위한 핑계거리로 삼을 때 속지 않을 것입니다.

웹 2.0  |  2006/04/10 0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