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버스(Wingbus)가 얼마 전 문을 열었습니다. 깔끔한 디자인과 인터페이스, 그리고 모아두신 컨텐츠의 양과 질에서 꽤 공들인 흔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선 축하드립니다.
저는 윙버스를 여행에 특화된 니치 메타블로그라고 파악합니다. (일단 그렇다고 치고) 생각난 김에, 그렇다면 한국의 다른 메타블로그들은 어떻게 포지션되어 있는지, 어디가 비어 있는지, 윙버스는 앞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해져서 한국의 메타블로그를 위한 스트래티직 게임보드(Strategic Gameboard)를 한 번 그려보았습니다.
스트래티직 게임보드는 어떤 회사가 해당 산업 내의 다른 플레이어들의 전략적 위치를 파악하고, 자신은 어떻게 움직여야 할 지 탐색할 때 쓰는 프레임워크입니다. 기본적으로 어디서 경쟁할 것인가(Where to compete)와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How to compete)의 두 축으로 산업 전체를 조망하는데, 혹자는 여기에 언제 경쟁할 것인가(When to compete)라는 세번째 축을 넣기도 합니다.
<그림 1. Strategic Gameboard>
한국 메타블로그의 스트래티직 게임보드를 그린다면, 우선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How to compete)" 축을 세로로 놓고 그 축의 의미는 "사람의 손길(human touch)이 얼마나 가미되는 가에 따른 스팩트럼"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올라갈수록 기계가, 내려갈수록 사람이). 다시 그 스펙트럼을 크게 분류해 본다면, "사용자가 결정(User surveyed contents aggregation/prioritization)"하는 것과 "에디터가 결정(Editor selected contents aggregation/prioritization)"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결정하는 경우" 주로 블로거가 직접 자신의 블로그를 링크하여 컨텐츠를 제공하면, 메타블로그는 제공된 컨텐츠에 대한 추천수, 클릭수 등을 바탕으로 몇 가지 편집된 메뉴를 제공합니다. 이 과정은 자동화되어 있고, 일정 원칙에 따라 적용되므로 관리자의 간섭이 적습니다. 반면, "에디터가 결정하는 경우"에는 어떤 블로그에서 글을 가져올 것인가, 어떤 포스트/블로그를 메인화면에 보여줄 것인가를 해당 사이트의 에디터가 결정하게 됩니다.
이제 가로축, 즉 어디에서 "경쟁할 것인가(Where to compete)"를 생각해 보면, 우선 각 흥미 분야별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정치, 경제, IT, 여행, 취미, 스포츠, etc.
<그림 2. 메타블로그의 Strategic Gameboard>
이에 따라 한국의 메타블로그들을 매핑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림 3. 한국 메타블로그의 Strategic Gameboard>
(제가 아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각 메타블로그를 매핑시킨거라 다소간 이견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은 알려주십시오. 그게 집단 지성 아니겠습니까?)
또는, 가로 축을 그 유명한
"Diffusion of Innovation"에 나오는 정규분포 곡선으로 삼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림 4. 메타블로그의 Strategic Gameboard 2>
이 경우는 크게 각 메타블로그 간에 차별화 시키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굳이 한다면 대중적 인지도를 기준으로 오마이뉴스는 이미 Early Majority 시장을 넘어 선 것으로, 나머지 대부분은 아직 Early Adopter 시장에 있다고 추정해 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 앞의 두 가지를 합쳐서 아래 그림과 같이 3차원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렸듯이 아직 대부분 분야의 블로그가 초기단계에 있으므로 큰 의미는 없겠습니다. (일단 그려봤기 때문에 첨부한다는.^^)
<그림 5. 메타블로그의 Strategic Gameboard 3>
여하간 <그림 3> 의 매핑해 둔 차트로 보건데, 윙버스는 아직 특화된 니치 메타블로그가 없는 여행이라는 마켓 세그먼트에 잘 진출하여 선점한 것 같습니다. 다만 앞으로 같은 버티컬 마켓에서 다른 방법으로 경쟁해 올 경쟁 사이트의 출현이나, 커버리지가 넓은 메타블로그가 해당 분야에 리소스을 투여하여 집중할 경우 어떻게 경쟁해 나갈지 전략을 수립하여 미리 가지고 있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 생각해 보면, 윙버스는 "여행자들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여행 가이드"라는 컨셉을 가진
일본의 포트라벨과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인 것 같습니다. 사원 4명에 회원 146만명, 매출 2,300만엔을 달성하고 사이트 오픈 10개월만에 12억 5천만엔에 카카크콤이란 곳에 인수되었다지요. 그들의 성공 스토리를 보면 윙버스도 어떻게 진행할 지 몇 가지 옵션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키워드가 좋은 미디어 사이트이니까 오버추어나 애드센스와 연계해서 광고수익을 올리거나 독자적인 광고/연계 프로그램을 가져가는 미디어 사이트가 되던지, 아니면 앞으로 한국판 론리플래닛이 되어 하드카피 책이나 e-book/map을 제작하는 퍼블리셔 모델을 택하던지, 또 아니면 아예 과감하게 기존의 여행업계에 진출하여 요즘 많이 이슈가 되고 있는 현지(랜드) 여행사와 한국 대형 여행사간의 불균형/불평등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깨끗하고 양심적인 프론트 엔드(front-end) 여행사가 되던지.
사실 앞의 두 경우는 다른 사람의 컨텐츠로 돈을 번다는 논란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하간 일차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옵션이고, 세번 째를 생각해 본다면... 90년대 말 버블기에 인터넷 여행사에 벤처의 투자가 몰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리타워텍(구 파워텍)이 인수했던 게 3W tour 였던가요?) 하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살아남은 업체는 소수입니다. 그렇지만, 뭐 어차피 다 살아남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만 문제는 살아남은 업체도 인터넷을 이용해서 기존업계와 다르게 한 것 이라곤 Sales channel innovation이나 communication 비용 절감 수준이고, 인터넷의 장점을 이용하여 근본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변화를 이루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제가 잘 모르는 것 일 수도...) 이 부분을 파고 드는 거지요.
윙버스 같이 재미있게 일하시는 분들은 독특하고 혁신적인 기업문화로 유명한 "여행박사"하고도 잘 맞을 것 같습니다. 적극적인 제휴도 꽤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중 일이야 어찌됐건 간에, 일단 윙버스는 단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미디어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 같습니다. 디렉토리로 시작했던 야후가 미디어로 자신을 규정하고 지속적으로 다양한 컨텐츠를 추가하며 발전해 온 것처럼, 윙버스도 만약 미디어로 자신을 규정하고 당분간 나간다면, 몇 가지 추가해 볼 만한 컨텐츠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현재에도 지도 서비스등 잘 정돈되고 편리한 컨텐츠가 있습니다만, 제가 전부터 생각하던 것을 붙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네이버에 가서 검색해도 나오는 것들 말고,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것이나 얻기 힘든 것을 모아두면 사이트를 더 sticky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블로거들의 경험담과 실용적인 팁도 여행에 도움이 되겠습니다만, 실제로 여행을 갈 때에는 내가 방문하는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많이 이해하고 갈수록 더 풍성한 경험을 얻고 돌아 올 수 있습니다. 로마인 이야기를 다 읽고 로마에 가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유적들이 말을 걸어오고, 이집트 역사를 알고 룩소에 가면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오게 됩니다. 다빈치 코드를 읽고 루브르에 가면...뭐 더 말할 필요 없겠지요.
그런데, 오늘 날과 같은 멀티미디어의 시대에 아직도 유적지나 박물관에 가보면 여행책자(주로 론리 플래닛)에 코 박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가이드 북 보느라 오히려 현장의 유물은 나중에 찍어 온 사진으로나 제대로 보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부실한 가이드의 설명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직 여행을 간 그 장소에서 내가 그 자리에 있는 바로 그 시간에 나의 여행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줄 정보화 시대에 맞는 서비스가 없습니다. 기껏해야 론리 플래닛의 PDA 버전 정도?
짧은 시간에 역사적인 사건이나 도시, 박물관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는데는 다큐멘타리를 보는 것 만한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BBC나 디스커버리 채널 같은 곳에서는 유명 박물관이나 역사적인 사건에 관해 많은 다큐멘타리를 만들어 냅니다. 평소엔 챙겨보지 못하더라도, 유럽여행 갈 때 비행기 안에서나 아니면 박물관 가기 전날 PMP나 핸드폰에 (이젠 3G에 DMB가 대세이지요?) 저장해 둔 다큐멘타리를 보고 간다면 그 여행이 더 풍성해 질 것임은 두말 할 것도 없습니다. '어제 본 그 박물관의 계단을 내가 지금 올라가고 있구나. 어제 화면에서 잠깐 보았던 미이라가 실제로는 이렇게 생겼구나. 아, 이 조각상엔 이런 이야기가 숨어 있었지.' 하면서 이집트 박물관을 돌아 다닌다면, 더 생생하게 많은 것을 눈에 담아올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윙버스에서 인터넷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그런 다큐멘타리들의 링크를 제공하거나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곳을 (뭐 물론 유로로^^) 연계해 준다면, 그건 다른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좋은 정보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동영상과 모바일이라는 요즘의 트렌드와도 잘 맞아 들어가는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아니면,
www.sound-walk.com,
www.ijourneys.com,
www.audiosteps.com 같은 서비스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윙버스가 아예 제작하거나 계약을 맺고 localize할 수도 있겠지요. (물론 한국어 시장 사이즈를 잘 고려해서 결정하셔야 할 겁니다.)
이렇게 미디어로 방향을 잡으면 윙버스의 컨텐츠를 여행지 별로 늘려 가는 것은 사용자들에게 맡겨두고,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개발하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윙버스가 여행에 관련된 플랫폼으로 자리잡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으니까요. 핸드폰용 간단한 회화 VM도 팔 수 있지 않겠습니다. 음. 주저리 주저리 써 놓고 보니 조금 주제넘은 말들을 한 것도 같네요. 만약 윙버스 관계자 분이 보신다면 너그러이 이해해 주세요. 어쨌든 윙버스가 좋은 이미지를 계속 유지하고 건승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