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K's Blog: Versioning Up the Web!
 
온라인에서 우리 모두는 "개인"이다.
오프라인의 가족도, 친구도 모두 곁에 없는 그저 하나의 "개인"으로만 존재한다.
그리고 어떤 사이트에서건 "아이디"와 내가 남긴 "글" 외에 나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없다. (물론 싸이에는 사진이 있을 수 있다.)

나의 커리어나 성격, 배경, 인간관계에 대해 사전정보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나의 "글"을 본다.
나의 "글" 만이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며, 그것이 온라인에서의 나의 형상이다.
또한 내가 온라인에 존재했었던 사실에 대한 기록이며, 내 모든 행적의 그림자다.

그리고 그것은 검색엔진의 포로가 되어 아마 앞으로도 인류문명이 지속되는 한 거대한 아카이브 어딘가에 영원히 보존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다시 읽어보아도 불과 몇 개월 전의 글이 부끄러운데,
앞으로 10년, 20년 후 내 아이들이 나의 흔적을 구글링한다면,
나는 내 학창시절 일기장을 들킨 듯 부끄러워지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이것이 내가 온라인에서의 아이덴티티를 오프라인과 분리하려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온라인에서의 정체성은 내가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공개 범위도 정할 수 있다. 현실과 온라인은 어느 정도 별개의 공간으로 존재하니까.

어쨌든 겸손하자. 그리고 자중하자.


사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밝히려 해도 그것이 한두 문장으로 끝날 일이 아닐터인데,
밝힌다 한들 그걸 시간을 들여 찬찬히 들여다보고 내가 누군지 파악해 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 그게 문자언어로 제대로 전달이나 될 수 있을까?

물론 온라인에서 맺는 인간관계를 나는 매우 소중하고 감사히 여긴다.
그러나, 그 관계는 또 다른 아이덴티티를 기반으로 하고 싶다.

김국현님의 생각대로 인터넷으로 말미암아 세상이 현실계, 이상계, 환상계로 나뉘어져 있다면, 각각의 세계에서 다른 아이덴티티를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물리적으론 동일한 한 사람이 각각의 세계에서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가지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인간에게는 누구나 있는 지킬과 하이드 같은 이중성이 각각 다른 가중치를 가지고 표출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현실에서의 나는 지금의 나.
환상계에서의 나는 온라인 게임 캐릭터일 것이고,
이상계에서는 이 블로그가 내가 될 것이다.

또는, 특정 사이트에선 그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아이디가 되겠지. 그렇다면 각 사이트 마다 다른 정체성을 형성해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러다간 사람들이 모두 다 스킷쪼가 되어가지 않을까?

이상계에서의 정체성을 한군데 모아두고 선택적으로 보여줄 사람에게만 보여줄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어떨까?

싸이월드는 현실계의 정체성과 인간관계를 이상계로 끌어 올려, 이상계와 현실계가 중첩된 교집합에 위치한다고 김국현님이 그렸다.
블로그에서 내가 만드는 정체성은 이상계에서만 존재하게 하면 어떨까? 전혀 현실로 데려오지 않고.

그렇게 생각하면 사실 나는 익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에선, 즉 이상계에선 현실과 다른 또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이게 때로 매우 편리할 때가 있다.
기타  |  2006/11/07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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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7 22:47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저도 요즘 많이 생각하는 주제입니다.
온라인 정체성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오프라인 정체성은 존재 그 자체인데, 나름대로 명확히 구분한다고 해도 결국 온라인, 오프라인 모두 사람 일인지라 자꾸 수렴하려는 경향이 있네요.
나름대로 세운 방향성은 단순합니다. 인연은 컨텐츠고 접촉은 그릇이니,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잘 담아보자.. 섞이는건 나중에 고민하자. 뭐 이런거. -_-
말이 길었네요. 글 잘봤습니다.
2006/11/08 01:14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저도 inuit님의 좋은 글을 늘 탐독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 부분도 김국현님의 식견이 맞는 듯 합니다.
현실계에서 만족스런 삶을 가진 사람은 이상계와 환상계에 들어설 별다른 인센티브가 없으며, 들어서더라도 현실계에서와 유사한 정체성을 계속 유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에 불만족하는 사람은 (특히) 환상계에서의 성취와 또 다른 자아를 만들고 가꾸어 나가는 데 더 정성을 들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방문과 덧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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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8 02:15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현실계의 자신을 철저히 숨기고 온라인 활동을 한다면 전혀 다른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온라인의 내 모습을 아는 사람이 현실계에 늘어날 수록 두 공간의 자아가 닮아갈 수 밖에 없겠죠. 다른 사람의 시선에 의해 자아가 규정된다는 점에서 말이죠. 온라인의 자아를 완벽히 다르게 가져가려면 현실과의 의도된 단절도 어느 정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온라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정신분석학도 변화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온라인과 현실을 넘나드는 새로운 정신분열증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으니 말이죠.^^
2006/11/08 19:01 수정/삭제
오랫만입니다. 라띠님.

그렇죠. 그렇게 다른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기 보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어 심리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점점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특히 환상계와 현실계의 괴리 때문에 생기는 부적응의 문제로.

제 경우는 온라인에서 알게 된 분들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 뵈면, 이상계의 아이덴티티가 현실계로 전이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관계와 친밀도 마저. 처음 얼굴을 마주 댄 분들을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여겨질 수 있게 하는 건 그 분들의 글을 통해 제 머릿속에 형성된 그분들의 정체성 때문이겠죠.

참 재미있습니다. 블로고스피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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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8 11:08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가끔 생각해 본 문제이었던거 같은데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10년 뒤든 20년 뒤든 내가 생각하고 판단한 내용이 굳이 틀리거나 부끄럽다고 해도 지금 그 글을 쓰는 순간에 자기 판단이나 생각이 올바름을 믿고 쓰는 게 아닐까요? 당시의 근거나 자료를 토대로 혹은 약간의 미래를 전망하는 그런 글들 조차도 말이죠.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봐도 그것이 약간의 부끄러움이 있다한들 충분한 반성이 있었으며, 그 반성이 성찰이나 성장의 기회가 될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제 경우에는 어줍잖은 글을 쓸때가 없다는 건 아니지만... ^^; 첨에 블로그 운영을 할려고 생각한 그순간 부터요 자신감은 백배였단거.

제가 보기에 42님은 훌륭한 블로거입니다. ^^
2006/11/08 19:12 수정/삭제
아이쿠. 과찬의 말씀을 주시니 부끄럽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블로그의 또 하나의 좋은 점은 이전의 내 일기장은 다시 들춰볼 일이 거의 없지만, 블로그에선 한참 시간이 지난 글에라도 달리는 트랙백과 덧글 때문에 다시 한번 옛생각을 들춰볼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있다는 겁니다.

블로그가 기록(log)으로써의 어원을 가진 만큼, 저는 가능하면 한번 씌어진 글에 대해서는 실수나 잘못이 있어도 그냥 유지해 두려고 합니다. 내 자신에 대한 타산지석의 의미도 있겠으나, 그냥 제 생각의 발전과정에 대한 기록의 의미로, 부끄럽더라도, 그때의 고민에 비해 지금은 내가 어떻게 달라졌나 돌아보는 의미로.

김세원님 자신감 넘치는 모습 참 보기 좋습니다. 에너지가 불끈불끈 느껴집니다. 젊은 분의 특권인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어, 지난 번에 뵈었을 때 참 좋은 인상이 남았습니다. 조만간 또 뵐 날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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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
2006/11/08 11:44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블로그에서의 ID 가 real ID 일 필요는 없고, 굳이 Fake ID 일 필요도 없을 듯합니다. 또한 하나의 ID 를 갖출 필요도 없겠죠. 그러나 요즘 저의 고민은 Real 이든, Faked 든, Created 든 간에 유저가 선택한 아이덴티티가 있다면, 그 아이덴티티가 블로그라는 극도로 loose 한 매체에서 어떻게 하면 더 확실하게 드러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글" 이라는 컨텍스트만으로 그 블로거의 아이덴티티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2006/11/08 19:19 수정/삭제
그렇죠. 결국 preference와 취향의 문제이지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은 없다고 봅니다. 요즘 vlog 쪽으로 생각을 많이 진행해 나가시는 듯하군요.^^ 지난주 아마 vloggies awards가 있었죠? 로켓붐은 트로피를 냅다 이베이에 내놨더군요.ㅎㅎ

여튼 vlog, podcast, blog 순으로 오프라인의 아이덴티티와 더 밀접하게 연관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내가 현실계에서 가진 속성들, 즉 외모, 목소리 등이 노출되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블로그의 매력은 외려 그 한계에서 나오지 않나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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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8 13:33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상대가 저를 뭘로 알고 있을지 오히려 내가 모르는 상황이 벌어져서;;
Identity Crisis입니다. 어느쪽도 답이 없는 것 같아요.ㅎㅎㅎ
2006/11/08 19:22 수정/삭제
ㅎㅎ. 저도 그런 경우를 겪었습니다.
저도 Identity Crisis가 더 진행되면 호접몽 수준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mode shift가 쉽지 않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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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8 23:18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저의 경우는 현실계와 이상계가 전혀 성격이 틀린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상계의 세상이 저의 이상이자 관심분야이기에 이상계의 모습을 현실 세계로 끌어 내려, 현실과 일치시키려 우선은 웹을 통해 내공수련을 하는 중이라고 할까요^^
블로고스피어를 순례하며 수많은 고수님들의 놀라운 신공을 접할수 있는 세상이 너무도 고맙군요,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립겠습니다.
2006/11/09 13:25 수정/삭제
지난 번 바캠프에서 처음 뵌 분들께 들은 바에 따르면, 저는 이상계에서 훨씬 어린 나이로 살고 있었더군요.^^ 뭐 현실계의 제가 그만큼 삭아 보인다는 말씀들로 이해했습니다.ㅜㅜ

말씀하신대로, 여태는 현실계의 정체성을 이상계로 transfer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점점 이상계에서 따로 만들어진 정체성이 현실계로 내려오는 케이스도 늘어나는 듯 합니다. 이것은 실제로 많은 실력있는 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왜냐하면 (원문에서 말씀드렸듯) 이상계에선 외모나 배경이나 학벌같은 것이 중요치 않으니까 말이죠. 오로지 내 생각과 내 아이디어, 내 글이 나를 규정짓는 것이니까요.

님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늘 좋은 정보 전해 주심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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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9 02:59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그것은 검색엔진의 포로가 되어..."
ㅎㅎ 제 호기심을 작동시키셔서 한번 알아보니 PRAK님 블로그로의 링크가 티스토리 홈 보다 더 많더라는...
이런 "양"적인 관계가 늘어날때 익명이나 실명이나 어짜피 가상일수 밖에 없을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받아들이세요 ^^;
2006/11/09 14:26 수정/삭제
오호. 놀라운 사실이군요. 그나저나 1개 더 많다거나 이런...? ㅎㅎ. 물론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반대의 결과가 나오겠죠?^^;;;

역시 날카로우십니다. 말씀하신대로 어차피 필명을 쓰거나 실명을 쓰거나 양적인 관계가 늘어나면 "가상"화 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도, 그렇게 가상화된 나를 현실의 나와 분리시켜 두면, 즉 필명을 쓰면, 가상의 나에게 기대하는 것을 현실의 나에게서는 기대하지 않게 되겠죠? 그리고, 현실의 사람들에게 내 머릿속을 들키지 않을 수도 있을 거구요. 그렇게 해서 좀 단순한 삶을 유지하려고 필명이라는 꼼수를 씁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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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8 15:08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이 번 주에 결국 저하고는 Real ID를 알게된 거 아닌가요? 저도 몇 년 전에 온라인 ID를 나의 또 다른 persona로 가져가려고 했는데, 결국 실패했죠. 아무래도 주변의 얘기나 개인적 희열을, 또는 어려움을 얘기하다 보니 따로 가기가 힘들더라고요. 매트릭스의 NEO도 아니고.. 앞으로 더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2006/11/19 03:39 수정/삭제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오프라인 컨퍼런스에 참석하더라도 그저 블로거 PRAK로만 참석하는걸 원칙을 정하고 있는데, 그게 쉽지만은 않더군요. 특히 이번주의 세션은 모든 분께서 오프라인ID를 밝히신데다, 지난 BarCamp에서 뵌 분도 많이 계셔서 혼자 익명성의 그늘에 있기가 너무 죄송하더라구요.
여하간 기밀유지 부탁드리고^^;;, 저도 자주 뵙기를 희망합니다.

p.s. 원래 한대표님을 처음 뵌 6년전 오프라인 ID로 먼저 인사드렸었으니, 온라인 ID가 더 어색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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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3 16:07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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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7 23:05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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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7 23:05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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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3 11:41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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