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om이 이글루스를 인수한 지 두 달쯤 지난 것 같은데, 다음이 태터툴즈와 손을 잡고 서비스형 블로그 티스토리를 오픈한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태터툴즈는 왜 독자적으로 서비스형 블로그를 오픈하지 않고 다음과 손을 잡았을까요? 그리고, 왜 네이버가 아니고 다음일까요? 2등이 장군하면 1등이 멍군해야 할 순서인데, 검색회사인 구글도 블로거닷컴을 인수한 전력이 있는데 네이버는 왜 가만히 있을까요?
또한, 다음은 자기네 블로그 서비스도 있으면서 왜 태터툴즈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을까요? 네이트가 이글루스를 먹은 것은 퍼뮤니케이션이 난무하는 네이트 통(구 네이트 블로그)보다 양질의 컨텐츠를 확보하여 네이트 대문에 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라는 것이 중론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너무 헐값에 가져 갔습니다. SK 답게.. 그간 온네트가 쏟아 부은 게 45억이라던데, 이러면 누가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해서 키워 볼 마음이 들겠습니까? 아직도 한국 GDP의 80-90%는 대기업이 아닌 곳에서 만들어 지는데...)
그러면 다음도 네이트와 같은 목적일까요? 그렇다면 네이트 보다 상대적으로 양질인 다음의 블로그나 커뮤니티에 전폭적으로 더 투자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왜 자사의 블로거들이 태터로 옮길 수 있는 길을 일부러 만들어 주는 걸까요?
왜 그럴까요???
미국에서 지금 돌아 가는 형국과 한국 상황을 비교해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미국에선 인터넷의 4가지 큰 영역인 소프트웨어와 검색과 전자상거래와 미디어에서 각각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MS, 구글, 아마존과 이베이, 야후의 역학관계가 점점 더 긴장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야곰 야곰 땅따먹기를 해서 조금씩 비즈니스 영역이 중첩되더니 이제 곧 전면전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1) MS는 구글이 가지고 있는 검색 시장을 집어삼키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을 했습니다. 넷스케이프를 죽인 전략을 그대로 쓰겠노라고 겁줍니다. 내년 초 비스타를 내 놓으며 소프트웨어 시장의 수성과 검색 시장의 확보 라는 양수 겹장을 노리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미디어 시장을 노리고 만든 MSNBC나 MSN도 아직 별 재미를 못 보지만, 계속 돈을 쏟아 붇고 쇄신하여 따라 잡겠다고 합니다. 스페이스로 퍼스널 미디어/소셜 네트워킹 시장도 노립니다. 하지만 역시 메인 타겟은 구글입니다.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빌 게이츠는 하버드, 제리양, 브린과 페이지는 스탠포드 출신이라 그런가? ^^)
2) 구글은 우리는 오로지 검색 회사다 라고 말은 하지만, 뒤에선 MS의 소프트웨어 시장을 끊임없이 건드립니다. 연초엔 구글 팩을 배포했고, 지난 주엔 구글 데스크톱도 버전4로 업그레이드 했고, 모질라의 직원도 고용해서는 자기 돈으로 월급 줘가며 파이어폭스 개선에만 전념하도록 시킵니다. 미디어 쪽에서도 블로거닷컴을 인수하고, 구글 비디오를 활성화해 가며 꾸준히 서비스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물론 검색을 더 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 합니다만). 또한 전자상거래 영역에서도 구글 베이스와 어카운트를 연결하기만 한다면 곧 이베이나 아마존과 충돌할 것이라 예상됩니다.
3) 아마존은 최근에 A9의 검색엔진을 MS 것으로 바꾸어 구글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냅니다. 이베이는 아직 별 움직임 없이 구글하고 친하게 지냅니다. 생각이 없는 건 아닐텐데요..
4) 미디어 시장의 절대 강자인 야후는 지난 1년간 화제가 된 회사들을 꾸준히 사들입니다. 딜리셔스, 플릭커, 업커밍, 콘파뷸레이터 등 등. 그리고, 그 서비스들을 서로 융합하고 (딜리셔스에서 플릭커 썸네일이!) 동시에 야후 360 등 사이트를 스틱키하게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계속 출시하고 강화해 사용자를 붙잡아 두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뭐 검색도 개선하겠다고 하는데 별로 믿음은 가지 않습니다. (MS는 검색에 2조원을 쏟아붓겠다고 했나요?)
한국시장은
1) 소프트웨어는 뭐 당연히 MS가 가지고 있습니다. 대략 100%에 가까운 점유율로.
2) 검색에서는 단연 네이버가 1등 입니다. 검색의 강자인 구글이 적극적으로 API를 공개 하는 등 공개 운동을 펼치는 것과 같이 네이버도 지난 3월 (RSS냐? 라는 비난이 있지만 어쨌든. 적은 수의) API를 한국 최초로 공개 합니다. 구글이야 남들이 열지 않으면 검색할 수 없으니 계속해서 공개라는 방향으로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드라이브를 걸테지만, 네이버는 밖에 있는 것 보다 안에 있는 걸 인덱스해서 보여주는 구조이므로 어설프게 구글을 따라 할 수 만도 없고, 그렇다고 언제 구글이 본격적으로 들어올 지 모르니 안따라 할 수도 없고, 참 이 부분에서 고민이 크겠습니다. 네이버는 미디어 영역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네이버 뉴스 담장자가 대문에 걸어주는 7줄이 어떤 신문이나 매체의 헤드라인보다 파급력이 클 겁니다.
3) 전자상거래 시장은 몇몇 대형 쇼핑몰들과 분야별 버티컬 마켓, 오픈마켓, 그리고 옥션이 가지고 있습니다. 다들 장사하기 바빠서 영역을 넓히거나 할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오프라인에서 하던 건데 그까이꺼 뭐 하면서 신규 진출하는 앰플같은 재벌 계열사와 경쟁하기도 벅차 보입니다.
4) 미디어 영역. 다음과 네이트는 여기가 주 영역이지만, 네이버와 별 차이가 나지도 않고 있습니다. 사실 네이버를 검색으로만 프레이밍해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여전히 미투나 네거티브 전략만 쓰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미디어 시장에서 다음은 커뮤니티로, 네이트는 퍼스널 미디어 내지는 소셜 네트워킹으로 (싸이월드)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디어 회사의 가장 큰 고민은 사용자가 와서 놀지 않으면 하루 아침에 문 닫아야 한다는 겁니다 (유료화를 선언하고 프리챌이 완전히 망가졌듯이. 인츠가 무너져 갔듯이).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선보여서 사용자를 지루하지 않게 해야 하는 고민과 황색언론의 기법의 유혹을 쉽게 버릴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네이버도 검색만이 아니기에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 같이 시장이 황금분할 (60:20:10)의 플래토(Plateau)에 아직 도달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시장에 잠재된 역동성이 누구를 승자로 택하느냐는 한 번의 전략적 행위의 실수에 따라 종이 한 장 차이로 결정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기업 이미지가 될 수도, 새로운 기능이 될 수도, 새로운 마케팅 캠페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전지현이 아직도 먹힐라나?)
구글 같은 검색회사는 검색 알고리듬이라는 자산을 가지고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거나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적응하는 무기로 삼습니다. 소프트웨어 회사야 당연히 무기는 자신의 소프트웨어 제품의 우수성이나 시장 지배력이고, 전자상거래 회사는 수수료 내지는 비용 구조와 네트워크 효과일 것 입니다. 반면 인터넷 미디어 회사는 그 무기가 결국 따져보면 게시판 정도 일텐데, 변화하는 시장환경을 따라 잡고 새로운 컨텐츠 소스를 계속 발굴하기엔 이 게시판이라는 무기가 너무 미약하고 차별성이 없으며 진입장벽이 낮습니다. 애시당초 기술 회사가 아닌 미디어 사이트들은 그래서 끊임없이 새로운 무기를 사들여야 합니다. 그것을 통해 사용자와 연결된 끈을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한국이나 미국이나 미디어가 주 영역인 회사들이 다른 비즈니스를 인수하는데 적극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더해서 혁신적인 서비스는 내부에서 나오기 어렵습니다. 사용자가 주목할 반짝이는 서비스는 외부에서 찾는 것이 더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싸이월드도 SK컴이 개발한게 아니라 사들인 것 아닙니까?
한마디 더 덧붙이고 싶은 것은 삼성같은 회사마저 취업을 미끼로 영삼성닷컴을 만들어 미디어/커뮤니티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참 치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그래서 그렇다 치고. 그럼 태터툴즈가 다음과 손잡고 서비스형 블로그를 오픈하는 것은 최적의 선택일까요? 사람들이 왜 태터툴즈의 독립형 블로그를 사용할까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 연장선상에서 힌트가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한국의 블로깅 환경에서 가장 소비자가 불만족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익명성의 보장입니다. 블로그라는 것은 개인의 공간이고 거기에서 무슨 말을 하건 그건 개인의 자유인데 (싫으면 안들어오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물이나 덧글도 아니고.)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자기 자신의 공간에 글을 쓸 때도 눈치를 보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크립토나이트 자물쇠 사건 같은 것이 한국에서 일어나기도 힘들게 되고, 저도 영삼성닷컴 같은 이야기를 함부로 할 수 없게 되어 점점 더 블로그가 소셜 미디어로서 기능을 상실 하고 신변잡기 위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미국에서도 블로그가 폭발적으로 커진건 지난 대선 때 였습니다. 블로그에는 결국 정치적인 이야기, 대놓고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도 많이 올라가게 되고 그것은 매우 민감한 문제인데, 사람들의 익명성을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그게 확보 된다면 게시판에서 놀던 사람들이 대거 블로그로 몰려올 겁니다. 예를 들면, 지난번의 고호경 대마초 사건 때 올블로그에는
이런 포스트가 올랐습니다. 요새 포털은 이런 거 올라오면 알바가 삭제해 버리기 바쁘지요.
누군가 서비스형 블로그를 개시하여 서버를 해외에 두고 익명성을 완전히 보장시켜 주면서, 한국 사용자에 맞는 깔끔한 인터페이스를 쓸 수 있게 한다면 좋은 반응을 얻을 겁니다. (물론 블로거닷컴이 한국어 서비스를 합니다. 주민번호 안줘도 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불편하고 후진 인터페이스라면 한국 사용자 입맛에는 맞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구글이 블로거에서 컨테스트를 한다더군요.
이장님 블로그에 있습니다.) 그리고 애드센스 포 피드나 애드센스 포 컨텐트 같은 광고 프로그램을 독자 개발해서 붙이는 겁니다. (한미 FTA도 진행되어 가는데) 미국 광고주에게 한국 소비자에게 나가게 한다고 하고 한글로 번역된 키워드를 판다면 또 다른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될 겁니다. 이건 태터툴즈의 옵션이 아니었을까요?